김홍신문학관

시집

한 잎의 사랑

2004
문학세계사에서 출판
『한 잎의 사랑』은 세상을 떠난 부인을 그리는 애틋한 심정과 홀로 남겨진 마음을 담은, 소설가 김홍신의 첫 시집이다.
부인의 투병 때부터 시작해 사별 후까지 틈틈이 써온 62편의 애절한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 화두는 단연 '사랑'이다. 각각의 시편들은 죽음 아내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주적 교감의 상태에서 모든 생명있는 것들의 소중함이라는 커다란 깨달음으로 나아간다. 또한 완성되지 않은 사랑 앞에서 절망하는 한 인간의 내면을 가식없이 투명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시인은 “그저 십 년만 더 목소리를 듣게 해달라고” 아내의 생명이 연장될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원한다. 연약하고 왜소한 한 인간의 기원은 너무 간절해서 “한 잎 낙엽이 떨어져도/ 철렁 가슴이 내려앉아”(28쪽/「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제발 가을엔 떠나지 말게 해달라고 기원하고, 겨울 찻집에서는 “뜨거운 커피 한잔에도/ 사랑이 숨어 있다”(32쪽/「겨울 찻집」)며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사랑을 발견한다. 이 단순한 깨우침이야말로 사랑이 한 인간을 얼마나 변화시키는가를, 생명 있는 것들의 소중하고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들에게는 시간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해준다.

“사랑의 속도는
번개
사랑의 무게는
깃털 - 시 「사랑의 가치」 부분”

김홍신의 시집 속에 수록되어 있는 사랑에 대한 감성적 접근의 시들은, 그것이 단지 아내의 죽음을 겪은 한 남자의 표피적인 독백 수준에 머물지는 않는다. 좀 더 본질적인 깨달음으로 연장되고 있는 것, 이것이 이 시집의 소중한 가치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시집의 맨 마지막에 수록된 시 「인연」은, 그러므로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의 소중함, 그들이 맺은 모든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그것이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우리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세상을 살아가도록 힘을 불어 넣어준다.

- 하재봉 (시인 문학평론가) 2004년, 『한 잎의 사랑』,「사랑, 그 절대고독의 질문 - 김홍신의 시세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