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문학관

단편소설

달빛

2013
한국소설에서 출판
김홍신의 「달빛」은 작은 엽서 한 장에 그려 놓은 담백한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작은 화폭에 소년 소녀의 사랑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내기 위해 일체의 번잡스러운 수법은 생략되어 있다. 간결한 문장으로 소녀를 향한 소년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빠짐없이 그려낸다.
소설의 거의 대부분 내용이 주인공 바우의 순수한 감정에로 향해 있으며 그 자체로 서술상의 긴장과 활력을 이룬다. 이러한 바우의 마음을 엿보는 즐거움이란 아껴둔 사탕을 깨물어 먹지 않고 살살 녹여 먹을 때의 조바심과 간절함일 것이다.
‘그 밤에도 하늘엔 달이 밝았다.’ 라는 문장에서 달빛은 소년과 소녀를 내리비춘다. 죽은 어머니가 지켜주듯 모성의 상징으로 빛나는 달빛 속에서 순수함과 간절함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온다. 작은 엽서에 그려진 수채화 내지 스케치는 달빛의 서정적 상징을 거쳐 도약하면서 깊고 묵직한 여운을 지닌 큼지막한 풍경화로 변하고 있다.
- 장두영 (문학평론가), 2013년, 한국소설 9월호, 「순수의 시절-김홍신, ‘달빛’」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