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문학관

창작집

허수아비와
벙거지

1987
실천문학사에서 출판
김홍신의 소설은 오늘의 한국 사회가 철저하게 부패하고 타락하였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 부패와 타락은 모든 계층에 미만해 있는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재산과 명예를 독점하고 있는 상류층의 죄악이 가장 심하고 가증스럽다고 그는 보고 있는 듯하다.
이들이 대부분 남부러울 것 없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범죄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작가는 일단 그들 자신의 비도덕적인 인간성과 그들이 아무리 범죄를 자행해도 무시할 수 있는 우리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병리를 그 이유로 보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장승과 제물」이 보여 준 리얼리티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은 일찍이 최인호가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단편에서 취급했던 것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사건을 이끌어 감에 있어서 작가가 보여 준 침착성이나 그의 여느 작품들과는 다르게 성급한 결론을 못 박아 명시하려 하지 않고 자제하는 태도는 분명히 반가운 변화로서, 「허수아비와 벙거지」가 입증한 시야의 확대와 더불어 작가 김홍신의 앞날을 새로운 관점으로 주목하게 한다.
- 이동하 (문학평론가), 1987년, 허수아비와 벙거지「타락한 세계와 싸우는 방식」중에서